[진흙탕 속에서도 꽃은 핀다] 어느 가정폭력 피해자의 글.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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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잘 가셨소
내 나이 33
아버지가 술에 취해 날 기둥에 묶어놓고
몽둥이로 때려도 야구방망이로 때려도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없소
부사관 돼라 해서 부사관 됐건만 월급의 얼마 입금해라 얼마 니 이름으로 대출받아서 보내라
해도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없소
그러던 어느 날 폐암으로 입원하셨을 때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없소
수술을 위해 들어간 수술실에서 10분 만에 나와
이미 늦었구나 생각할 때도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없소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서야 난 아내도 있고 집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이제 만져본 적도 없는 억에 가까운 수천의 빛도 없고 아버지도 없소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잘 가셨소
다음생엔 부디 내 자식으로 태어나시오
사랑이란 게 무언지 가르쳐드리고 싶소

썩은 나무에서도

보석 같은 꽃이 자라는 경우가 있다.

사랑.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이해하기 쉬운 듯한 개념이면서도

현실에서 직접 실천하려 한다면

누구보다 행하기 어렵고 쉽사리 닿기 힘든 가치.

우리는 그 추상적인 개념을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인간으로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사랑하고자 노력하라.

끊임없이 사랑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라.

사랑하는 마음을 잃는 순간

개만도 못하고, 짐승만도 못하며,

이제 막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AI 기계만도 못한,

그야말로 인간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사랑을 지켜내자.

우리는 해낼 수 있다.

하찮은 증오와 적개심, 세상에 대한 분노 따위는

우습게 끌어안고 포용해 버리는 위대한 사랑으로

이 세상에 지상 낙원 극락정토를 건설할 수 있다.

상냥하고, 배려하고, 감싸안고, 이해하고,

도와주고, 사랑하고, 용기주고, 기운주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무어냐'는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우리 앞에 무너뜨리지 못할 장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견디기 힘들었을 지독한 학대와 폭력의 아픔을

크나큰 사랑으로 승화하고 통째로 감싸안은

젊디 젊은 사연자의 맑은 영혼을 위해

종교인도 아닌 내가 어색한 기도를 올려 본다.

부디 그의 앞날이 항상 평온하고

행복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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